Viparita 비파리타

2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실에 대한 애상이 깊어질수록 비파리타는 과거를 향하게 되었다.

후회와 자책을 기반으로 과거의 것을 갈망하던 그는 더는 자신의 추억이 아닌 과거의 영역에도 손을 벌리며 그 속에서 숨쉴 틈을 찾는 듯했다. 과거의 물건들에 깃든 망령들의 속삭임만이 그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안식인 마냥,

마치 자신 주변의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망가지고 훼손된 것들을 복원하여 자신의 삶에 채우기 시작했다.

혼자 과거를 살아가는 것처럼 비파리타의 시간은 그곳에 멈춰있다.

비파리타 박물관

• 2년 전, 사건이후 방학이 오자마자 도망치듯 사라졌지만 아이들은 비파리타의 행선지를 짐작했을 것이다. 비파리타 박물관이 유래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

• 원래 비파리타 박물관은 해저유물들을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전하여 전시하였지만  2년전 방학을 기점으로 복원품들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 원본과 다름 없는 수준 높은 복원품들로 이뤄진 전시구성은 그 가치를 높게 평가 받는 것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 비파리타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하며 재능 또한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 재능의 산물만큼은 크나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유령의 귀환

• 사람이 모여드는 곳에는 소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들해졌던 [비파리타의 유령]에 대한 소문은 다시 불씨를 키웠다. 많은 이들이 박물관에서 흐느끼는 망령의 울음소리와 그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 아마 누구라도 그 정체를 알 수 있겠지만, 누구도 밝히려 하지 않았다.  그야 유령은 유령인 채로 있는 것이 가장 재밌으니까. 

• 방학이 끝나고 모드에 돌아오는 것을 거부하는 소동이 있었다. 결국 선생님의 설득으로 모드로 돌아왔지만 학습 태도는 불량. 툭하면 방에 틀어박혀서 수업을 거부하며, 의미 없는 기행은 더욱 심해졌다. 

• 불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에 불안증세를 보여 모드에 있는 동안은 주기적으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으나 크게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